손님은 왕이다

 

1. 관용구
1.1. 손님이 진짜 왕이던 시절
1.2. 자본주의의 시대
1.2.1. 드립
1.3. 외부 링크


1. 관용구


"손님(고객)은 왕이다(der Kunde ist König)"

-세사르 리츠[1]

'재화의 구매력이 있는 손님은 왕과 같이 떠받들어짐이 당연하다'는 명제며, 이것은 '자본이야말로 왕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의미와도 상통한다. 물론 단순히 자본의 종이라서 자본을 떠받든다기보다는, '''소비자에게 선택받으려면 왕처럼 대우해야만 한다.''' 욕쟁이할머니 음식점처럼 욕먹으면서도 찾아갈 정도의 매력이 없는 이상, 불친절한 손님 응대는 망하는 지름길이다. 반대로 직원이 친절할 수록 고객 만족도는 높아진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제이기도 한데, 실제 왕도 신하나 귀족, 군부 등 특권층의 이권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면 쿠데타를 당해 축출되었다.
'자본의 평등'을 보여주는 관용구다. 누구든 돈만 있으면 신분이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왕'처럼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들어오기 전에는 인도의 악명높은 카스트 제도부터 시작해서 불교든 유교든 기독교든 '접촉할 수 없는 천민'이란 뜻의 '''불가촉천민'''이 존재했다. 미국에서 흑인 노예를 해방시킨 것은 유동성이 큰 자본주의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려면 고인 물과 다름없는 고착화된 신분제는 맞지 않았던 면도 컸으니 '''자본주의가 노예를 해방시키고 신분제를 타파한 셈'''이었다.[2] 덕분에 흑인 손님도 가게에 가면 백인 주인에게 '왕'대접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항상 손님이 왕인 것은 아니고, '독과점'인 경우는 판매자가 왕인 경우도 있다. '''판매자간의 경쟁이 붙어야 소비자가 왕이 된다.''' 기업 입장에서 수많은 경쟁 기업들을 제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소비자의 니즈를 철저히 분석하고 연구해야 하는데, 서비스 응대가 고객만족에서 큰 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증명된 사실이다. 그래서 큰 기업에서는 정기적으로 전문 강사를 초빙하여 직원들에게 서비스 응대 교육을 받게 한다. 고객이 만족하는 심리를 연구하여 공손한 태도나 말투는 기본이고, 상황별 대응요령과 얼굴 표정까지 세심히 컨트롤 할 정도로 '''신하가 왕에게 의전을 제공하는 수준 못지 않다.'''

1.1. 손님이 진짜 왕이던 시절


이 말을 처음 한 사람인 세자르 리츠라는 사람이 운영하던 호텔에는 실제로 왕족 및 귀족들이 주로 이용했다. 세자르 리츠의 호텔에 오는 손님이 말 그대로 왕이었던 것.
덧붙이자면 현재의 호텔 서비스 시스템은 상술한 세자르 리츠가 정립한 유럽 왕실 의전을 토대로 한다. 즉 고급 호텔일수록 서비스가 예전 유럽 왕가가 받던 의전과 거의 유사하다 보면 된다.

1.2. 자본주의의 시대


노가다 뛰는 하류층일지라도 힘들게 번 돈으로 쇼핑몰에 가면 점원들이 다들 굽신대며 '왕'이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손님은 왕'이란 표현은 왕을 모시듯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라는 것일 뿐, 손님이 직원에게 왕처럼 군림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명박 정권 시절, 공무원들의 정신 자세를 질타하며 '국민을 향한 머슴으로서의 헌신'을 강조한 것처럼 '직업정신'을 강조한 것이다.
MB정권의 공직 머슴론에 대한 비판이 '손님은 왕이다'를 비판하는 논리와 흡사하다. 공무원들이 불친절하여 컴플레인이 많으니 서비스 마인드를 갖추라고 질타한 의도는 이해하지만, 공무원이든 시민이든 상호존중하고 예의를 지켜야지, 어느 한쪽이 머슴이든 왕이든 '갑을관계'는 안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일방적인 생산자도 소비자(손님)도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점원과 고객이기 이전에 둘 다 사람이다. 단지 돈을 쥔 쪽(갑)이라고 해서 점원을 하인처럼 부려도 된다는 뜻은 아니며, 점원 역시 점원이라는 이유로 그런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해야 할 이유는 하등 없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진상 부리고 온 가게에서 일하는 점원이 알고 보니 매일 얼굴 마주치며 사는 이웃이라 해도 그런 태도로 대할 자신이 있는가? 물론, 예외는 어디든지 있다. 저 말 자체는 서비스를 해주는 업자들의 마음가짐일 뿐이다.
벌거숭이 임금님에서 호구같은 왕에게 사기꾼들이 아첨떨며 이용해먹었듯, 점원이 당신의 행동에 굽신거리는 건 비위 좀 맞춰주고 바가지를 씌우는 상술일 수도 있다. 왕 앞에서는 '성은이 망극하옵니다'하면서 넙죽 엎드리는 신하들조차 뒤에서는 왕을 씹으며 쿠데타로 뒤통수를 치는 경우도 흔하지 않던가. 직원이 불친절하면 업체 이미지가 나빠지니 위에서 직원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라고 교육시키니까 그렇게 대하는 것이다. 물론, 사지 않는 고객에게도 최선을 다해서 응대해주는 점원들도 있으나, 이것 역시 미래의 고객을 위한 대비이기도 하고, 기업으로서 고객만족을 위해 갖춰야할 기본적인 서비스 마인드일 뿐이다. 점원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은 당신의 인성이 나쁘다고 공개하고 손해는 손해대로 보는 개망신을 자초하는 것 그뿐이다.
술집에서 누군가가 손님은 왕이라면서 진상짓을 펼치고 있자, 옆에 앉은 손님이 "나도 손님인데, 어디 왕끼리 한 번 붙어 볼까?"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야말로 왕중왕이 펼쳐지는 셈.(...) 어차피 가게 안에 바글바글한 손님들 모두 왕이므로 다른 손님들에게 불쾌감을 주지 말고 진상짓은 자제하자.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이 있는데, 과거에는 직원들의 인권보다는 손님들에게 이미지 나빠질까봐 부당한 대우를 당했어도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고 이게 반복되니 진상짓을 당연한 '권리'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3]
하지만 과도한 진상짓이 점차 사회문제가 되고, 또한 그 점원들도 결국 누군가의 가족이요, 친구다 보니까 과거처럼 무조건 소비자 편을 들어주는 여론도 확연히 줄어들었다.[4] 실제 배달시켜놓고 진상부린 뒤에 오히려 네이트 판 같은 곳에 특정 업체를 고발하는 글을 올렸다가 역으로 신상털리는 등 역관광당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업체보고 법대로 대응하라고 응원할 정도.
과거엔 결제할 때까지만 왕이고, 팔고 나면 나 몰라라 하는 악덕상인들도 많았으나, 인터넷 시대에는 그런 짓 하면 순식간에 소문이 퍼져 업체 이미지가 나빠지므로 사후관리도 신경써서 해주는 편이다.
서비스업에서 서비스를 하다 보면 "왕 대접을 해줄 손님만 왕"인 걸 알게 된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상길이 놈과 박서방'이라는 푸줏간의 백정 이야기로, 간단히 정리하자면 조선시대에 오랜 친구 관계였던 젊은 양반 두 명이 '박상길'이란 환갑을 넘은 나이 많은 자가 운영하는 푸줏간에 명절 제삿상에 올릴 고기를 사러 왔는데, 한 양반은 오자마자 거드름을 피우며 거만하게 "어험, 상길이 놈아. 지금 고기 한 근만 냉큼 썰어서 당장 이 몸한테 갖다 바치거라.", 또 한 양반은 신분 차이가 난다고 해도 젊은 이가 늙은 이한테 함부로 말하기가 거북해서 정중하고 공손하게 "이보시오, 박 서방. 곧 명절이 다가오는데 그 명절 제삿상에 올릴 고기 한 근만 좋은 걸로 [썰어주시오."라고 각각 주문했다. 그런데 두 사람의 고기량은 육안으로 차이가 날 만큼 달랐고, 적게 받은 사람이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자 박상길이 싱긋 웃으면서 "그거야 양반님의 고기는 상길이 놈이 썬 것이고, 저 양반님의 고기는 박 서방이 썬 거라서 다를 수 밖에요."라고 대답하자 그 양반은 그 뜻을 알아채고 얼굴이 붉어지며 아무 말도 못하고는 친구 양반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고 이후로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구전되어 내려온다. 이것은 국민학교 바른 생활 교과서에도 실렸던 이야기다.[5]
실제로 서비스업을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진상부리면서 "손님이 왕인데 왜 서비스를 이 따위로 해?"라고 하는 손놈이 가장 귀찮은 부류라고 한다. 손님이 왕이라는 마음가짐은 판매자가 가져야 할 덕목이지 구매자가 진상부릴 때 써먹는 문장이 아니다.

일본의 가수 미나미 하루오는 "관객은 하느님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것이 변형되어 일본에서는 "손님은 하느님(神)이다."라는 말로도 종종 쓰인다. 유명인들은 '1인 기업'이고 팬들이 '고객'이기에 역시 굽신댈 수 밖에 없다. 유명인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앨범 여러개 사서 인증샷을 올리거나, 방송하는 유튜브에 슈퍼챗 많이 쏴주면 '회장님'이라고 불러주기도 하는 등 특별대우 해주기에 유명인에게 일정부분 영향력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역시 유명인들도 '진상'에 시달린다. 가게주인도 어지간한 진상은 참고 넘어가는 것처럼, 유명인들도 어지간한 악플은 참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1.2.1. 드립


  • "손님은 왕이요, 허나 짐은 황제이니라"라는 패러디가 있다.
  • 이 문장의 대우는 "왕이 아니면 손님은 아니다."가 된다. 언뜻 내가 왕이 아니니 난 손님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 수 있으나, 여기서의 왕은 비유적인 표현이며 애초 명제 자체가 '판매자'에게만 해당된다. 소비자가 다른 소비자에게 왕을 알현하듯 굽신거리지 않으니까 말이다. 따라서 보다 정확한 대우는 "(판매자에게)왕같은 존재가 아니면 손님은 아니다." 다시 대우로 돌리면 "손님은 (판매자에게)왕같은 존재다."
  • 가게주인도 왕처럼 대접받을 때가 있는데, 선거철에 대통령 후보들이 가게 돌아다니며 한표달라고 굽신댄다. "유권자는 왕이다."
  • "손님은 선군(善君)과 폭군(暴君)으로 나뉜다."
    • 바리에이션으로, '손님이 폭군이라면 기다리는 건 혁명이다'라고 이어갈 수도 있다.
  • '손님은 왕이다, 그런데 현대의 왕은 허수아비에 불과하니 좋은 대접을 할 필요가 없다' 라는 드립도 있다.

1.3. 외부 링크



2. 영화


[image]
2006년에 개봉한 영화. 성지루, 명계남, 성현아, 이선균이 출연했다.

[1] Cesar Ritz. 1850~1918. 스위스 태생의 호텔 경영인. 리츠 칼튼(Ritz-Carlton) 호텔의 설립자이다. 그 외에도 "손님(고객)은 절대 틀리지 않는다(le client n'a jamais tort)"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기도 했다.[2] 시장경제의 속성이 '경쟁'을 통해 효율을 끌어내는 시스템인지라 신분이든 권력이든 '고인 물'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 이론은 평등한 공산주의조차 경쟁자들이 사라지자 권한을 많이 가진 자들이 그 지위 그대로 굳어지며 공산계급제 사회가 되어 권력이 자녀에게도 대물림된다. 여러 정당이 국민들의 표를 받기 위해 '싱크탱크'까지 만들어가며 새로운 제도와 정책을 연구하고, 권력의 임기를 제한하여 계속 경쟁하도록 유도하는 민주주의 체제가 시장경제와 궁합이 맞는다. 실제 중국은 완전한 시장경제도 아니고 공산당이 영구집권하고 있기에 경제가 성장하다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다.[3] 과거 2000년대 초반에는 현재의 골목식당과 비슷한 취지의 방송에서 1년 뒤 긴급 점검이라며 양식집에 쳐들어가 김치와 밥을 달라는 진상짓을 하며 목소리를 높였고, 이에 가게 주인이 손님을 내쫓으려 하니 카메라가 등장해 예전의 절박한 모습을 잊었다며 주인을 질타하는 게 '''지상파'''에서 방영될 정도였다.[4] 더 무서운 점은 점원도 근무 이후에는 손님이 된다.[5] 판본에 따라서는 고기를 적게 받은 양반이 사과하고 바르게 말하자 박상길이 고기를 더 주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2009년 교육과정 기준으로 중학교 도덕 교과서에도 실렸다.